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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참으로 오랜만에 극장에 갔다. 간만에 본 영화가 타란티노의 신작 '바스터즈'라 관람 전 기대치는 10에 10을 살짝 넘고 있었다. 타란티노의 작품 중 몇 편을 제외하고는 모두 극장에서 본 것으로 기억이 있고, 그의 라인(?)인 로베르토 로드리게스의 작품들도 덩달아 극장에서 봐왔던 터라 타란티노식 영화에는 상당히 익숙해 있는 편인데... 우선 타란티노 영화에 대해서 영화 좀 많이 본 사람으로서 간단한 가이드를 드리자면 다소 부담스러울 정도로 많은 양의 대사, 촌스럽게 들리는 배경음악, 누가 주인공인지 헷갈리는 무수히 많은 캐릭터들, 그리고 선과 악의 경계에서 주저없는 선택을 하는 뻔뻔한 그 캐릭터들로 영화의 서문을 열기 시작을 하는 것이 타란티노식 영화라고 이해를 하면 될 것 같다. 이 맛에 한 번 빠지기 시작하면 처방전이 없다. 그냥 신작 나올 때 마다 티켓값 치르면 금단증세가 잠시나마 완화된다. 이런 것 때문인지 타란티노식 유머와 그의 영화에 심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 만큼 그 반대의 마니아층도 공존하는 것 같다, 신작이 나올 때 마다 점점 더 세련되어지는 타란티노 영화는 이번에도 역시 기대치를 충분히 채워준다. 이야기를 엮어가는 솜씨는 전주비빔밥에 비견할 만큼 맛있게 비벼져 있다. 킬빌시리즈 부터 이어져 오는 '제대로 갚아주마'식의 복수극의 전형을 고스란히 가져오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번 영화는 나찌의 유태인 사냥꾼과 연합군 암살단의 대결구도 인데, 여기에 나찌에게 가족이 몰살당한 아리따운 유태인 여인, 이 여인을 짝사랑하는 독일군 전쟁영웅, 이중스파이노릇을 하는 잘나가는 독일여배우 등이 절묘한 균형을 맞춰간다. 전쟁영화라고 봐야하는 것이 분명한데 불구하고 왠지 느낌은 암흑가 형님들과 그의 여인들이 꾸며내는 복수극으로 보인다. 아마도 챕터1,2의 복고적인 느낌의 배경음악 - 사실 이런 음악을 찾아듣게 하는 것도 타란티노영화의 중독성임 - 이 70년대 마카로니 웨스턴을 연상하게 하는 데서 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브래드 피트를 위시해 반가운 얼굴인 틸 슈바이거등 연합군 암살단은 군복을 벗겨 놓고 중절모에 롱코트를 입혀 놓으면 영락없는 시카고 갱단이다. 금주령이 내려진 시절의 갱단을 자연스럽게 연상하게 하는 잔인무도함을 보여준다. 이런 영화에 나오는 암살단이라고 하면 뭔가 굉장한 카리스마와 치밀함이 있어야 하는데 타란티노의 캐릭터들 답게 역시나 뭔가 조금씩 부족하다. 그리고 아주 뻔뻔하다. 그래서 스토리에 정이 가고 사랑스럽다, 그래서 다가올 위기가 뻔히 보이는 데도 불구하고 폭소가 터져 나온다. 그런 탓인가? 그 잔인무도함과 뻔뻔함으로 인해 '어디 어떻게 하나 보자. 니들 한 번 잘 놀아봐'라는 생각으로 긴장감을 확 해제시켜버린다. 타란티노의 영화답게 피가 엄청 튀고, 몸에서 뭔가가 계속 떨어져 나간다(궁금하면 보시라) 하지만 우아하신 우마 서먼이 핫토리 한조의 장검을 휘두르며 쑹덩쑹덩 두부자르듯 팔 다리를 분리시켜나가는 것에 1차 예방주사를 맞으신 분들이라면 '바스터즈'의 바스터즈스러운 피 튀기는 장면들 정도는 팝콘을 입에 던져넣어 씹으며 콜라로 입가심하면서 아주 편히 보실 수 있을 것 같다. 다섯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이야기는 타란티노 스럽게 모두 별개의 에피소드이지만 마지막 챕터에서는 모두 함께하는 법칙에 충실하다. 타란티노의 법칙에 맞게 아주 잘 비벼져 있어서 전주비빔밥 한 그릇 싸악 비운 느낌이다. 타란티노도 본인의 영화에 만족했는지 브래드 피트의 무자비한 칼질에 얹혀진 마지막 대사를 통해서 자화자찬을 한다. '내 인생 최고의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