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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놓는 영화마다 사랑은 결코 영원하지 않다는 씁쓸함을 느끼게 하던 허진호 감독이 모처럼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영화로 돌아왔다. 우연히 다시 만난 남녀의 이야기. 서로를 좋아하면서도 약간의 오해와 용기가 부족해서 차마 진심을 말하지 못했던 그들이 마침내 서로의 속마음을 알게되고, 희미해진 사랑의 불씨를 되살리는 이야기. <호우시절>은 설레임과 두근거림의 시절이 지나버린 이후에도 얼마든지 설레이고 두근거렸던 그때의 감정을 되살릴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오히려 약간은 농담처럼, 그리고 약간은 과거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숨겨왔던 본심을 고백함으로써. 그래서 그의 이번 작품은 어딘가 낯선 느낌이었다. 찬란했던 사랑이 흐르는 세월 속에서 어떻게 그 빛을 잃어가는가를 씁쓸하게 얘기하던 그가 아닌가.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시간이 흐르며 사랑만 변하는 것이 아니라 이별 역시 변할 수 있음을 조심스럽게 얘기하는 느낌이었다. 영원한 것은 없다고 했다. 그 말은 사랑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이별에도 해당되나 보다. 시간은 사랑을 희석시키기도 하지만, 때로는 희미해진 사랑을 다시 한번 선명하게 만들기도 하지 않는가. 결국 이것을 묻고 싶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한번 놓쳐버린 사랑, 과연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지금은 희미해져버린 지난 날의 사랑이 되살아나는 느낌이 중요해서일까? 옛사랑을 다시 만나는 장소의 초록빛 대나무숲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예전에는 미처 용기를 내지 못했던 이들이 오랜만에 만나게 되어 마침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가까워지는 모습도 보기 좋다. 뿐만 아니라 과거를 얘기하며 서로가 공유했던 지난 날을 다르게 기억하고 있는 모습도 흥미로웠다. 아마 거짓말 같은 이 모든 이야기의 마지막을 궁금하게 만든 것은 이야기에 중심에 놓인 두 남녀를 연기한 정우성과 고원원의 맑은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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